2009년 04월 07일
100번이나 불합격 통지를 받은 당신에게 - 이민진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이길 수는 없다.때로 우리는 좌절한다. 때로 그 좌절은 오래간다. 나는 첫 소설이 출간되는 데 12년이 걸렸다. 물론 이유는 많다. 옹고집,무지, 시간, 돈, 가족, 건강 문제 등 실로 많은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 1995년부터 2007년까지 나는 정말많은 글을 썼고, 출판사로 보냈지만 번번이 돌아온 것은 거절의 말뿐이었다. 지금도 내 책꽂이에는 거절 편지로 가득 찬 두꺼운파일이 있다. 거절당한 것은 소설만이 아니었다. 수필, 연구지원서, 저작권 협상제안서, 장편 소설 초록…. 모든 거절 편지는 큰상처를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옳은 말을 한다. 실패를 무릅쓰고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고통이야말로 그 사람을 만든다고 말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그처럼 오래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는 엄청난 창조적 자유가 실패 속에있다는 것을 어렵사리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처럼 거절당하고 있을 때, 정말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그런 말이아니었다. 내 마음속에서 나를 위해 외치던 말들은 이런 것이었다. 세수도 하지 말고, 일주일 내내 게으르게 뒹굴어도 돼. 나가서아이스크림이나 실컷 사먹어. 한 달치를 다 먹어도 돼. 풋.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국은 1, 2월에 대학 입시 결과가 나오지만, 미국대학들은 요즘 한창 입학허가서를 보낸다. 이처럼 아름다운 4월의 봄날, 합격 통지보다 불합격 통지를 받는 지원자가 더 많을것이다. 자녀들이 거절당하는 것을 보는 부모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부모들 역시 마음이 찢어진다. 거절당하는 아픔이어디 입시생들만 겪는 일이겠는가. 요즘처럼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어려운 시절에는 누구나 여기저기서 숱하게거절당한다. 직장을 잃기도 하고 사업이 망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일이 확산되고 있다. 아무도 나쁜 소식을 원치않지만, 나쁜 소식은 오고야 만다.
어쩌란 말인가.
아마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다. 소설가 지망생으로지낸 지 3~4년쯤 되던 해, 끝없이 계속되는 거절을 겪으며 나는 자신감이 무너졌다. 나는 좌절했고 분노했고 모욕감에고통스러웠다. 명진 언니가 두 가지 말할 게 있다고 했다. 첫째, 내가 계속 거절당하는 게 안됐다는 것. 두 번째가 기막혔다."나가서 100번 거절당해봐."
"뭐라고?!!" 경악하는 나에게 언니는 말했다. "100번 거절당하다 보면 수락도 몇 번은 될 거야. 내 말 믿어." 언니는 마케팅 전문가였다. 마케팅 관련 통계의 마술인가 싶었다.
100번 거절당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나는 우리들 인간이 얼마나 적응력이 높고 얼마나 회복이 빠른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뭔가 출판될수 있도록 노력할 때마다 내 작업이 발전했다. 마이클 조던의 그 유명한 말이 있잖은가. 자기 일생에 실패한 슛이 9000개나된다는! 김연아도 아마 그만큼은 엉덩방아를 찧었을 것이다. 작가로서 나는 그보다 더 많이 실패를 거듭했지만, 그만큼 연습을 많이한 것도 사실이다.
100번의 거절을 경험하라던 언니의 제안은 훌륭했다. 언니는 잠시 나쁜 때를 겪는 것이 영원한것도 아니고 별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줬다. 물론 그 나쁜 때에 겪는 좌절과 아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함께 아파해줬다는 게더 중요하다. 내가 단 한 글자도 출판하지 못하고, 단 한 푼도 못 벌 때 언니는 나의 사명과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언니가 내책을 내줄 수는 없었지만 나에 대한 믿음을 보여줌으로써 나를 일으켜 세웠다.
김연아 선수가 우승한 다음날, 나는뉴욕에서 온 얇은 봉투 하나를 받았다. 연구 지원 신청에 대한 거절 편지였다. 나는 그날, 그냥 게으름을 피우기로 하고 침대로기어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아흔아홉 번 더 실패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야 했으니까.
출처 : 2009.04.06 조선일보 이민진 재미작가
# by | 2009/04/07 22:31 | 칼럼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6)







![박정현 7집 - 10 Ways To Say I Love You [통에 든 포스터 증정]](http://image.aladdin.co.kr/coveretc/music/coveroff/4775031937_1.jpg)



![John Legend - Evolver [CD+DVD 디럭스 에디션]](http://image.aladdin.co.kr/coveretc/music/coveroff/3581114828_1.jpg)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사회에서 첫 거절을 경험한 내 동생.
100번이나 불합격 통지를 받은 당신에게realist 님의 글을 보고 동생 생각이 들어서 작성합니다. realist 님께는 깊은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힘내시라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 *내 동생은 백수다. 83년생이고 2년제 대학을 졸업한 다음부터는 쭈욱 내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동생은 소방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동생은 중고교생때부터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끝에서 3, 4등을 다투는 학생이었다. 게임이 아니면 전혀 잘 하는 것이 없......more
... http://hollyest.egloos.com/1438985#943681힘이 들 때마다, 상처 받고 좌절해 주저앉고 싶을 때 마다 읽자.스무번이 꼬꼬마라면 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 ... more
용기가 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잘읽었습니다 읽기 편하고 알기 쉬워서 글을 잘 못 읽는 저같은 사람도 편히 읽을 수 있네요.^_^
취업 준비하는 맹맹한 인간입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프린트하느라, 잉크를 한 번 갈았고,
오늘 저녁에도 에이포 한 묶음을 사들고 가야 하네요.........
글에 따르면
지금은 한 스물 네 번쯤 거절당한 기점에 있어요.
이제 일흔 여섯 번쯤 남았는데, 와 이거슨 꼬꼬마수준....
저 따위 아직 쓰러질 수 있는 게 아니었군요.
기쁜 글을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살면서 주저앉을 때마다 생각날 것같습니다. 좋은 글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